『 김영아展 』
Kim Younga Solo Exhibition :: Painting
▲ 김영아, Flower-The left hand, 91.0x72.8cm
전시작가 ▶ 김영아(Kim Younga 金英我)
전시일정 ▶ 2013. 12. 10 ~ 2013. 12. 19
관람시간 ▶ Open 10:00 ~ Close 19:00
∽ ∥ ∽
미광화랑(MIKWANG GALLERY)
부산시 수영구 민락동 701-3
T. 051-758-2247
www.mkart.net
● 여기 처음 있는 꽃
★강선학(미술비평)
변치 않을 어떤 것. 언제, 어디서 보아도 그 모양으로 확인되는 것. 하나의 도상으로 자리 잡은 것. 그런 것을 바래본다. 꽃, 풀, 너무나 쉽게 지고 피는 것들을 향한 아쉬움은 상투적이다. 그러나 그 상투적 소멸을 하나의 영원으로 잡으려는 노력은 헛된 삶에서 자신과 세계를 자신의 이해로 잡아내려는 지고한 순간이다. 비로소 찰나소멸 하는 세계에서 영원한 것, 변하지 않고 언제나 회상되는 세계, 찰나를 영원으로 번안하는 세계, 그것이 김영아의 꽃그림이다.
▲ 김영아, The Flower-Conversation
91x72.8cm, Oil on Canvas, 2012
그러나 그의 도상적인 꽃그림은 실은 합성된 꽃이다. 사진으로 합성한 것이 아니라 실제의 꽃 모양과 무관하게 때로는 연상되게 자신이 만든 꽃이다. 하나의 꽃이 갖추어야 할 꽃받침, 꽃잎, 씨방, 잎맥 등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지만 비로소 여기에서 처음으로 세상에 나타난 합성된 꽃이다. 나팔꽃, 메꽃, 카네이션, 양귀비, 두메달맞이, 해당화, 구절초, 엉겅퀴나 망초꽃이 보이지만 실은 그 꽃들의 묘사가 아니다. 그런 꽃들이 참조가 되었지만 그 꽃을 그린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출발한 다른 꽃, 만들어진 꽃들이다. 상상의 꽃이며, 비현실적 꽃이다. 이런저런 꽃에 대한 지식이나 선험, 상상이 합쳐진 합성의 꽃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정작 사물이 현실에 처하는 원리로서 공간이 없다. 전체의 공간을 지배하는 것은 평면이다. 꽃과 꽃 사이에 원근법에 의한 공간은 고려되지 않는다. 그저 꽃과 꽃 사이가 있을 뿐이고, 중첩되면서 앞과 뒤가 구분될 뿐이다. 앞뒤의 사이가 생성하는 차이로 꽃 하나하나의 공간이 확보되고 구분된다. 사물간의 층차를 갖지 않는 동일선상의 세계를 상상하게 해주는 꽃들이다.
그의 작업은 기존하는 사실적인 묘사를 거부함으로 가능하다. 그 묘사는 사실성을 바탕으로 한 것 같지만 관념의 표명일 뿐이다. 마치 생물도감의 그림처럼 꽃이 갖추어야 할 온갖 요소를 다 보이도록 그려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 거부는 일상적인 사실화의 한계를 거부하는 것이자 그가 닿고자 한 차이 혹은 욕망으로서 꽃그림이다. “예술가의 진리는 현실적인 것을 규정하는 기존현실의 독점(즉 그것을 설정한 이들을)을 파괴하는 힘에 존재하는 것이며... 그것은 미형식이 성취한 것인 바, 이 파괴 속에서 예술의 허구세계는 진정한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물론 그의 작품이 사회적 구속을 고발하고 형식을 새롭게 만들어 진정한 현실의 불편함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의 이런 사실적 묘사와 사실성의 제공은 기존의 사실적 묘사와 사실성을 부정하는 것에 다르지 않다. 바로 그런 점에 그의 사실적인 비사실성으로서 묘사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잘 묘사된 꽃 그림이 아니라 묘사된 꽃 그림에 대항하는 것이다. 꽃을 통한 대항 속에서 현실을 보아내는 다른 문맥도 읽어내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꽃이라는 관념을 구체적으로 적시해준다. 꽃이라는 상투적 전형성을 통해 선명하게 세계를 보아내려는 것이다. 다름 아니라 유토피아에 대한 욕망이다. 순간으로 잡은 꽃이 아니라 온전하게 제 모습을 언제라도 다 보여주는 꽃을 통해 세계의 온전함을 확인하려는 것이다.
▲ 김영아, The Flower-We went to Carnival
145.5x112.1cm, Oil on Canvas, 2012
“회화는 자신 안에 흩뿌려져 있는 미미한 고뇌나 국부적인 기쁨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들은 덜 유동적이지만 더 읽기 쉬우며, 보다 지속적인 하나의 총제척인 의미를 구성하는 요소들에 불과할 뿐이다.” 더 읽기 쉬우며 지속적인 하나의 총체적 의미를 구성하는 꽃, 그것은 현장에 피어 있는 꽃이 아니라 그려진 꽃, 이 세상에 처음으로 탄생한 꽃이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이 순간에 있는 온전한 꽃의 세상, 유토피아가 여기 있는 것이다. ⓒ